[美 대선] 트럼프, 선벨트 우세에 텃밭 텍사스도 수성

입력
2020.11.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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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 先 개표, 후반 추격 패턴 반복
텃밭 텍사스도 지켜... 애리조나는 내줘

3일(현지시간) 치러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 경합주(州)에서 엄청난 선전을 하고 있다. 특히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남부 ‘선 벨트’ 3곳 중 두 지역과 공화당의 아성 텍사스를 가져가며 개표 상황을 혼전 양상으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지대) 지역 중 애리조나를 제외한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개표가 완료된 남부 최고 경합주 플로리다에선 51.3%를 득표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47.8%)를 비교적 여유 있게 따돌렸다. 플로리다는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에서도 승리해 반드시 잡아야 할 ‘필승 지역’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1시30분 현재 개표가 95% 진행된 노스캐롤라이나(선거인단 15명)에서도 50.1% 득표율로 신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는 바이든 후보가 52.5%(개표율 79%)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16년 트럼프가 이겼던 애리조나를 바이든이 가져가면 민주당은 펜실베이니아를 잃어도 승리를 외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전투표를 현장투표보다 늦게 개표하는 북동부 러스트벨트 3개주(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와 달리 남부 선벨트 주들은 전체 유권자의 60%에 달하는 사전투표를 먼저 개봉하고 대선 당일 투표를 이후에 개표하고 있다. 때문에 초반 바이든 우세에서 후반 트럼프 역전 패턴이 반복됐다는 분석이다. 이외 바이든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던 아이오와, 오하이오주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표가 더 많았다.

캘리포니아(5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텍사스의 선거인단 38명도 트럼프 대통령 몫이 됐다. 그는 52.3%(개표율 94%)의 표를 확보해 바이든 후보(46.2%)를 따돌렸다. 바이든 후보는 휴스턴과 오스틴, 댈러스 등 대도시와 남부 해변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린 농심(農心)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플로리다에 이어 텍사스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장악하면서 바이든 후보의 초반 낙승 시나리오는 완전히 무산됐다.

외신들은 여론조사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2016년 대선 때를 떠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저력을 평가했다. 미 CNN방송은 “이번 대선 개표를 지켜보며 2016년과 비슷한 기분이 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길은 여전히 좁지만, 그는 4년 전에도 이런 길을 어떻게 지나가는지 보여줬다”고 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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