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들은 2021년의 미국이 ‘경제’를 가장 우선시하는 국가가 되길 희망하며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오랜 경제난에 지친 시민들의 바람이 선택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미 CNN방송은 4일(현지시간) 전국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2020년 대선 유권자는 경제'(33%)를 가장 먼저 고려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종차별(20%), 코로나19(17%), 건강보험법(10%), 범죄ㆍ폭력(10%) 등이 뒤를 이었다. 방송은 출구조사가 전체 유권자의 60%로 추정되는 1억명의 사전투표자 표심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조합했다고 설명했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무작위 인터뷰하는 기존 방법 외에도 지난달부터 시작된 조기 투표소 출구조사와 사전투표자 전화 조사를 포함하는 식이다.
여전히 7.9%의 높은 실업률과 1,100만명의 실업자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봉쇄조치가 풀리면서 성장률 반등세를 보이자 다른 사회 이슈보다 경제 분야 평가가 경쟁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 평가는 촘촘히 갈린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절반 가량이 코로나19 화산 여파에 따른 재정적 고통에 공감하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4년 전과 비교해달라는 요청에는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응답(40%)이 악화됐다는 답변(20%)보다 배로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유권자 60%가 과거보다 경제가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제와 보건이 충돌하는 영역에서는 당파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성이 확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70%는 경제 재건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의 80%는 방역 조치가 국가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봤다. CNN은 “코로나19가 폭증한 주(州)들은 유권자 70%가 마스크 착용을 개인적 선택이 아닌 공중 보건상 ‘책임’의 차원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며 나온 설문 결과”라고 진단했다.
갖은 의혹과 음모 속에서 치러진 올해 대선이지만 미국민의 ‘투표’에 대한 신뢰는 높았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지난 대선과 같이 투표가 정확히 이뤄지고 집계될 것으로 확신했다. 또 백인과 유색인종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유권자가 투표 방식이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비정상적으로 치열했던 선거 유세가 끝나자 유권자들은 역설적으로 ‘시스템’을 향한 믿음을 최우선에 뒀다”면서 “정부와 기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본질적으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투표밖에 없다는 신념이 자리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권자 구성은 4년 전 대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성비는 유사했고, 대학 졸업자의 경우 지난 대선의 40%에서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유권자의 절반 이하에 머물렀다. 백인 유권자는 71%에서 67%로 감소했다. 다만 유권자 13% 가량이 올해가 투표권을 행사한 첫 해라고 답해 새로운 유권자 유입이 비교적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