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이하 재산세 인하 확정... "최대 18만원 덜 낸다"

입력
2020.11.04 04:30
5면
"대구 아파트 내년 세금 12만원 인하
서울은 7년내 3배 뛴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내년도 재산세가 현재 세율 대비 최대 18만원 줄어든다. 반면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은 아파트 기준으로 2030년까지 90%로 높아진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과세기준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부담금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재산세 인하와 공시가 인상이 동시에 발표되며, 내년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 계산도 복잡해졌다. 업계에선 지방 중저가 주택의 보유세는 다소 줄어드는 반면, 서울 초고가 주택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방 아파트 재산세 10만원 안팎 감소"

3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재산세율을 최대 50% 인하하고,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른 보유세 변동은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우선 중저가 주택 재산세가 대폭 인하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0.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기준으로 시세 약 8억8,000만원(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값싼 주택일수록 세제 혜택도 커진다. 정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1억원인 주택 보유자의 내년 재산세율은 올해 대비 절반인 0.05%로 줄어든다. 이에 따른 감면액은 연간 최대 3만원이다. 공시가격 6억원 주택은 세금이 22.2~26.3% 감소해 15만~18만원 줄어든다.

주로 지방 주택 소유자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새 재산세율로 모의 계산한 결과, 대구 수성구 수성태양데시앙 전용면적 84.48㎡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는 현재보다 약 12만원 감소한다. 광주 남구 포스코더샵 전용면적 84.32㎡은 같은 기준으로 약 10만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재산세 인하는 2023년까지만 한시 시행된다. 박재민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조세 감면은 3년 주기로 시행한다"며 "주택시장 변동상황 및 공시가격 현실화 효과 등을 고려해 계속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시가 현실화로 서울 고가 아파트 세금 2~3배 오를 전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주 여당의 언급대로 90%로 확정됐다.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의 공시가격은 우선 2023년까지 70%로 키 맞추기를 한 후, 매년 3%포인트씩 올릴 예정이다. 반면에 시세 9억~15억원 구간은 7년간, 15억원 이상은 5년에 걸쳐 빠르게 90%까지 도달할 계획이다.

서울 초고가 주택의 세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우 팀장의 모의 계산에 따르면, 실거래가 12억원인 서울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면적 84.95㎥ 1주택자의 내년도 보유세는 올해 대비 30% 오른 약 209만원이다. 현실화율 90%를 달성한 2027년에는 올해보다 3배 더 많은 약 517만원에 달한다.

정부 추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초구에 시세 32억원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1,788만원을 냈으나, 2023년에는 이보다 약 1.5배 많은 2,743만9,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마포구 소재 15억원 아파트 또한 같은 기간 243만7,000원에서 408만4,000원으로 크게 오른다.

전문가들은 세입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 부담이 더해져 전셋값이 더 오르고, 보증부 월세가 더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고가주택 및 은퇴한 고령층의 세 부담 불만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중저가 주택 시장은 공시가격 인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재산세에 대한 경감조치가 이뤄지고 있기에, 매매 및 전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