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트럼프의 '조기 승리선언' 가능성에 긴장하는 미국 사회

입력
2020.11.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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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임기 확보하려 민주적 과정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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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개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조기 승리선언'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민주적 과정의 훼손"이라고 날을 세웠고, 트위터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경고 딱지'를 예고했다.

미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투표 집계에 의문을 던지고 변호사를 배치하는 등 민주화 과정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국가적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우편투표=사기'라고 주장하며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거부했음을 전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편투표 비율이 높아지자 서둘러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후보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어떤 시나리오로도 트럼프가 대선 당일 밤에 명백히 이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조기 승리선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州) 주지사는 "선거일 투표 집계 결과가 우세를 보일 경우 우편투표가 집계되는 중에라도 트럼프는 서둘러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트럼프 캠프 측은 조기 승리선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선거일 밤 현재 개표와 남은 개표 상황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승리를 주장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가 조기에 승리를 선언한다고 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지지층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수 있고 이후의 법적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선거가 대법원에서 끝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해왔고,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을 서두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미 IT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날 "선거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승리를 주장하는 대선후보와 캠프 및 기타 눈에 띄는 계정에 '경고 딱지'를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어도 2개의 다른 보도 매체가 대선 승자를 선언하면 결과에 따라 관리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지난달에 일찌감치 "조기 승리선언은 불가하다"고 선언한 상태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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