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개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조기 승리선언'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민주적 과정의 훼손"이라고 날을 세웠고, 트위터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경고 딱지'를 예고했다.
미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투표 집계에 의문을 던지고 변호사를 배치하는 등 민주화 과정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국가적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우편투표=사기'라고 주장하며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거부했음을 전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우편투표 비율이 높아지자 서둘러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후보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어떤 시나리오로도 트럼프가 대선 당일 밤에 명백히 이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조기 승리선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州) 주지사는 "선거일 투표 집계 결과가 우세를 보일 경우 우편투표가 집계되는 중에라도 트럼프는 서둘러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트럼프 캠프 측은 조기 승리선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CNN 인터뷰에서 "선거일 밤 현재 개표와 남은 개표 상황을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승리를 주장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가 조기에 승리를 선언한다고 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지지층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될 수 있고 이후의 법적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선거가 대법원에서 끝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해왔고,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을 서두른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미 IT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날 "선거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 전에 승리를 주장하는 대선후보와 캠프 및 기타 눈에 띄는 계정에 '경고 딱지'를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어도 2개의 다른 보도 매체가 대선 승자를 선언하면 결과에 따라 관리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지난달에 일찌감치 "조기 승리선언은 불가하다"고 선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