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피하려는 민주당의 3대 꼼수...'속도전·물타기·위기 조장'

입력
2020.11.03 04:30

'속전속결, 역공, 위기론.'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당헌 파기’ 논란에 대처하는 태도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①속도전 치르듯 빠르게 당헌 개정을 추진하고, ②돌연 야당에 화살을 돌리며, ③여권 위기론을 꺼내 드는 것이다. 여론의 뭇매를 미리 맞아 두면, 선거에 임박해선 새로운 프레임으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행보다.

◇ 소나기 피하듯 '속전속결'

민주당이 '전체 당원 투표로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달 29일. 투표 결과 발표(2일)까지 불과 나흘이 걸렸다. 29일 이낙연 민당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공천으로 심판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한 직후, 31일부터 이틀 간 전 당원 투표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일 오전 찬성 86.64%의 투표결과가 발표됐고, 3일 오전에는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을 최종 확정한다.

이런 속도전으로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했다는 비판에 노출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효과를 봤다. 이는 올해 4ㆍ15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꼼수 창당할 때의 학습 효과다. 당시 민주당은 ‘정치 개혁 후퇴’ 비판을 받았지만, 선거를 앞두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위기론, 야당 후보 막말 시비 등이 부각되면서 비판이 희석됐다.

이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며 “그래서 시민들께서 후보를 자유롭게 선택하시고 그 결과를 보람 있게 여기시도록 하겠다”는 말로 야권과의 ‘인물 경쟁'을 예고했다.


◇ 돌연 꺼내 든 ‘박근혜 탄핵’

민주당은 갑작스럽게 국민의힘의 자성을 촉구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끄러운 과거"를 나열하면서 “야당은 두 분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무공천 약속 파기를 국민의힘이 비판하자,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논리로 맞선 것이다.

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윤미향 의원 기소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즉각 조치에 나섰다”며 '민주당은 반성하는 당'이라는 프레임을 꺼내들기도 했다.

당헌 파기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신영대 대변인은 1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야기하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도 2017년 조기 대선에서 국민께 일언반구도 없이 뻔뻔하게 대통령 후보를 공천했다”며 “국민의힘은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무공천'을 약속한 적이 없다.

박범계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힘이) 대통령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때는 그렇게 심각하게 시비가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야당에 서울·부산 넘기면 큰 일”

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에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위기론'에도 벌써 불을 붙였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힘 후보들이 의미 없이 당선돼 연일 반정부적 행보를 하면 차기 대선 국면의 영향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공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해도 되느냐'는 양심의 소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권 지지자들의 '의견 통일'을 주문한 것이다. 내년 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의 판도를 좌우할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터다.

민주당의 이런 당당한 태도에 정의당도 쓴소리를 내놨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2일 “(민주당이 자신은) 반성과 사죄를 했다고 언급하지만,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사죄는 기만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의 행보는 한 줌의 이익도 놓지 못하겠다는 기득권의 오만함으로 읽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를 또다시 한 발짝 과거로 후퇴시킨 낯부끄러운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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