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를 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로에서 민주당 대선 유세 버스를 포위하고 위협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되레 칭찬하는 메시지를 남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주간고속도로 35호선에서 일어났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오스틴으로 이동하던 민주당 유세 버스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깃발을 꽂은 차량 6, 7대가 접근해 포위한 뒤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사건 영상을 보면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모는 차량이 민주당원이 탄 승용차를 옆으로 밀어내기 위해 일부러 부딪히는 장면도 포착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 버스를 고속도로에서 세우려고 했다며 바이든 선거캠프 직원들이 경찰에 구조신고를 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민주당 역시 “트럼프 지지자들이 욕설과 협박을 하면서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밝혔다. 텍사스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친트럼프 시위대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그들은 우리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라파엘 엔키아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를 들고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텍사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오스틴 인근 도시에서 열기로 했던 선거 유세를 취소했다.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번 사고를 되레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이 민주당 유세버스를 위협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나는 텍사스가 좋다!”라고 밝혔다. 앨런 웨스트 공화당 텍사스주 지부장은 성명을 통해 좌파들의 폭력이 더 심각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포틀랜드, 덴버, 밀워키 등지에서 표적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사이먼 샌더스 바이든 선거캠프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텍사스와 관련해 보낸 트윗은 어처구니없고 위험한 겁박 전술”이라며 “우리가 지도자에게 용인해서는 안 될 행태”라고 맹공했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텍사스주 공보국장인 태리크 소피크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두 후보의 비전에 대한 생산적 대화에 참여하기는커녕 우리 직원, 대의원, 지지자들을 위험한 상황에 내몰려고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