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다기엔 ...  MBN, 11월 재승인 심사 '산 넘어 산'

입력
2020.10.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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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월부터 6개월 간 MBN 방송이 전부 중단된다. 최초 종편 승인 당시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한 사실이 드러난 MBN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승인 취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중징계인데다, 11월 재승인 심사도 있어 MBN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방통위는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MBN의 방송 전부에 대해 6개월간의 정지 처분을 하기로 결정했다. 또 불법 행위 당시 대표자인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을 형사고발한다.

방통위는 다만 업무정지로 인한 시청자 피해,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6개월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부터 6개월간 MBN 채널은 프로그램 방송 일체를 중단하고 컬러바만 송출한다. 방통위는 방송 송출이 중단된 영상에 업무정지 사실을 자막으로 고지하고, 홈페이지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도록 권고했다.

방통위는 또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 보호와 고용안정 방안, 위법 행위 관련 경영진에 관한 문책 계획,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 담긴 경영혁신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아울러 차명주식 소각으로 인해 감소한 자본금을 원상회복하고, 최초 승인 시 약속한 자본금 3,950억원을 모두 납입할 수 있는 방안도 찾도록 했다. 방통위의 이런 요구사항들은 결국 다음달까지 마무리돼야 할 MBN에 대한 재승인 심사에서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승인 취소를 피했다 해서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사회의 불법 행위나 비리 등을 고발하고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방송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종편 사업자로 승인 받기 이전인 1995년부터 방송 사업을 해온 점,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와 시청자의 피해, 고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법 시행령상 감경 사유 등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MBN은 2011년 종편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최소 납입 자본금 기준 3,000억원을 맞추기 위해 600억원을 대출 받아 임직원을 동원해 차명 투자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지난 7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숨긴 채 2014년, 2017년 연거푸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방송법 제18조는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승인을 받은 방송사에 대해 방통위가 승인 취소부터 6개월 이내 업무 정지, 광고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해뒀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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