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日 기업 국내자산, 이르면 내달 10일 현금화 가능

입력
2020.10.29 17:44
대전지법, 지난달 7일 미쓰비시에 공시송달
근로정신대 피해자에 실제 배상 가능해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이르면 다음달 10일부터 가해 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양금덕(91)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의 특허권ㆍ상표권을 현금화 해 달라"고 낸 4건의 신청 사건에서, 지난달 7일 채무자 심문서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결정을 했다.

법원이 현금화 명령을 내리려면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심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미쓰비시중공업이 오랜 기간 이에 응하지 않자 공시송달을 통해 해당 절차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공시송달은 통상적 방법으로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공시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법원은 4건의 공시송달 기한을 다음달 10일 0시로 잡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르면 그 시각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해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매각 대상인 특허권과 상표권은 총 8억여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양 할머니 등이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실제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을 압류하고, 그것을 현금화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양 할머니 등은 지난해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을 압류해 달라"는 신청과 "압류된 자산을 현금화 해달라"는 신청을 각각 4건씩 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이 재판에 협조하지 않는 바람에 배상 절차가 지연되고 있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점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통상 채무자에게 압류 명령 결정이 송달된 후 현금화 절차를 진행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아직 자산 압류 명령 결정이 송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압류 명령에 대해서는 매각 명령보다 두 달 정도 늦은 지난 28일과 이날 각 두 건씩 공시송달됐고, 효력 발생일은 12월 29일 0시와, 12월 30일 0시로 잡혔다. 즉, 통상적인 실무 절차에 따르면 12일 29일과 30일이 돼야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압류 명령의 효력은 제3채무자(미쓰비시의 상표권과 특허권을 관리하는 특허청)에게 송달된 시점부터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다음달 10일부터 매각 명령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특허청에는 지난해 3월과 4월 압류 명령 결정이 송달됐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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