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사그라든 제주 이주열풍…빈집 4년 만에 두 배 늘었다

입력
2020.10.29 16:32
작년 3만6600가구로 2015년 비해 갑절 
건축연도 5년 미만이 전체 33.9% 차지
순유입 인구 수·주택거래 감소가 원인


제주지역 빈집이 크게 늘고 있다. 빈집 중에는 신축된 지 불과 5년도 되지 않은 주택도 상당수에 달했다. 제주로 유입되는 이주민 수가 줄고,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9일 호남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제주지역 인구와 주택의 변화 추이(2015년~2019년)’에 따르면 신축 주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빈집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총 주택은 지난해 기준 24만1,800가구로, 2015년 19만5,200가구에 비해 23.9% 증가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이 9만4,700가구(39.2%)로 가장 많고, 이어 아파트 7만6,500가구(31.6%), 다세대주택 3만5,400가구(14.7%), 연립주택 2만9,500가구(12.2%) 등이다

도내 빈집 역시 2015년 1만8,500가구에서 지난해 3만6,600가구로 갑절(97.9%) 가까이 늘었다. 이 중에는 건축연도가 5년 미만인 빈집이 전체의 33.9%(1만2,400가구)를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가 1만800가구(29.7%)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 8,800가구(24.2%), 다세대주택 8,600가구(23.5%) 순이다. 빈집과 별개로 도내 미분양주택도 지난해 말 기준 1,072가구로, 2015년 114가구에 비해 8배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빈집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주열풍이 식으면서 도내 순유입 인구 수가 크게 줄면서 주택 신규 수요가 감소한 반면 주택 공급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공급에 비해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최근 급등했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주택거래가 크게 줄어든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제주 총인구는 약 66만5,000명으로, 2015년 60만5,600여명에 비해 9.8%가 늘었다. 반면 이주열풍으로 인해 2010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던 순유입 인구는 2016년 1만4,63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2,936명까지 급감했다. 도내 주택매매 역시 2015년 1만3,257가구에서, 지난해 7,993가구로 39.7%가 감소했다.

도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제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주택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택매매가 실수요층 외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분양 주택은 물론 읍·면지역이나 노후 주택인 경우 빈집으로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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