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정부의 2021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해법을 제시하면서다.
정부가 주도한 주택임대차보호 3법 시행 이후 전세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 민심의 복병으로 등장했지만, 문 대통령은 정책 방향 수정 없이 임대차 3법 조기 안착으로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주택 공급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며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에 임대주택 공급 등 전세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또 "부동산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시정연설 대부분을 ‘먹고 사는 문제’로 채웠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의 민심을 추스르면서 "기회로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도 한껏 담았다.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 “확실한 경기 반등”, “선도형 경제로 대전환” 등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방역과 경제의 동반 성공, 두 마리 토끼를 기필코 잡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40분 가까이 이어진 연설에서 ‘경제’(43번)를 가장 많이 언급했고, ‘일자리’(18번), ‘회복’(10번), ‘반등’(8번)도 자주 말했다.
2021년을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역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지금이 상대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우리에겐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적기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555조8,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으로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강조한 것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다. 문 대통령은 “올 한 해 네 차례, 67조원에 이르는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하게 결정해 준 것이 경제와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야당의 협조에 감사의 뜻도 전했다. 빚을 내서라도 정부 재정을 마중물 삼아 “우리 경제를 정상적 성장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본격적 경제 활력 조치를 가동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이 예산 삭감을 벼르고 있는 160조원 규모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봐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국가대전환 사업”이라며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야당이 지적하는 국가부채ㆍ재정건전성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이 내년 한해를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는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방역 실패로 인해 역대 최악의 역성장이 전망되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는 선진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청와대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국경과 지역봉쇄 없는 K-방역의 성과가 경제로 이어지고,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한국판 뉴딜 정책 등 효과적 경제대응이 더해지며, 한국은 가장 빠르게 경제를 회복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번 예산안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대책도 대거 포함됐다. ‘위기는 곧 불평등의 심화’라는 공식을 깨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확장재정 정책을 써야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생계ㆍ의료ㆍ주거ㆍ교육 등 4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46조9,000억원, , 건상보험ㆍ요양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11조원, 전 국민 고용안전망 기반구축을 위해 20조원의 예산을 반영한 사실을 설명하면서 “감염병이 만든 사회ㆍ경제적 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다. 재난은 약자에게 먼저 다가가고, 더욱 가혹하다”며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국회도 힘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