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우주공간을 놓고 격돌했다. 미국이 달 탐사 협정에서 중국을 제외하자, 중국은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에 미국 참여를 거부했다. 양국 모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면서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철저하게 상대방을 배제하고 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기관지 중국청년보는 28일 ‘톈궁(天宮)’ 사업을 설명하면서 “미국이 제안한 프로젝트는 과학적 가치와 기술적 측면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17개국이 참여하는데 세계 최강 미국은 함량 미달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톈궁은 중국이 2022년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하고자 그간의 유인 우주사업과 달리 유엔을 통한 국가간 협력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중국 내에서도 “미국을 향한 분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13일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이 달 탐사에 협력하는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국을 빼놓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무인 탐사선을 착륙시킨 중국으로서는 굴욕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1993년과 98년 미국 주도의 우주정거장 프로젝트 당시 참여를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르테미스 협정에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이탈리아 등 8개국이 참여했다.
중국은 세간의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저우젠핑(周建平) 중국 유인우주공정 총설계사는 “우리는 어떤 국가도 배척하지 않고 (연구의) 범위도 한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린시창(林西强) 부주임은 “우주정거장 참여국가는 엄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군수무기와 항공우주기술 개발의 중심인 항천과공그룹(CASIC)의 주종펑(朱枞鹏) 총설계사는 “중국은 과거 미국 주도 우주정거장 참여를 신청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 우리가 미국에게 화풀이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린 부주임은 “미국은 중국과의 우주분야 협력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톈궁 참여국 선정에 기술적 판단 외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의 로켓군에 맞서 지난해 12월 우주군을 창설했고, 앞서 미 의회는 우주에서 얻은 물질을 소유ㆍ운송할 수 있는 권리를 적시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주에서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도하면서 자원을 최대한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 우주군의 부대 마크에 시비를 걸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5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주군 깃발을 처음 공개했는데, 이를 본 중국 네티즌은 “우리 국영기업인 CASIC의 로고를 본떴다”고 비아냥댔다. 당시 관영 매체들은 “중국을 염두에 둔 우주군을 앞세워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전 세계를 위협할 우주 군국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미국은 2024년까지 위성 150개를 연결해 우주공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추적할 네트워크를 완성할 방침이다. 냉전 시절 구 소련을 겨냥한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ㆍ스타워즈)을 연상케하는 방어체제다. 중국도 맞대응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월 “위성을 요격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킬러 위성’이 훈련 일환으로 미국ㆍ일본의 위성에 반복적으로 접근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