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분만에 깨진 휴전… 아제르바이잔ㆍ아르메니아 교전 계속

입력
2020.10.28 17:40
러시아 두 차례 이은 美 3차 중재도 무위
"무장공격 아제르바이잔이 교전 주동자,
아르메니아 포퓰리즘 정치도 주요 요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세 번째 휴전 협정이 또다시 휴짓조각으로 전락하게 됐다.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무력충돌을 벌였던 양측은 휴전 발효 직후 상대의 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교전에 들어갔다. 휴전을 중재한 미국은 양측에 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AFPㆍAP통신 등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중재로 전날 세 번째 휴전에 합의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앞서 두 번의 휴전 때처럼 서로 상대방이 합의를 위반했다며 총격전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 인근 바르다 지역 마을을 미사일로 타격해 2세 소녀를 포함한 민간인 4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휴전 합의를 총체적으로 위반한 일종의 전쟁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아르메니아 국방부는 "아제르바이잔 측의 성명은 완전한 거짓이며 더러운 도발"이라고 반박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양국 정부와 미국 국무부는 지난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26일 오전 8시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휴전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중재로 이뤄진 지난 10일과 18일 두 번의 휴전 합의 때처럼 교전 당사국들이 서로 위반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정이 깨진 것이다.

세 번째 휴전 약속마저 무위로 돌아가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게 된 데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아르메니아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를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양국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이지만 아르메니아 정부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이 지역 문제를 의식적으로 회피해왔는데,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올 초 영토주권을 주장하며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규모 공격을 준비한 아제르바이잔이 이번 교전의 주동자이지만 분쟁지역으로 의회 이전 의사를 밝힌 파시냔 총리의 포퓰리즘 행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무력충돌은 아제르바이잔이 시작했을지라도 아르메니아의 도발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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