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만명 규모의 싱가포르는 말레이 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나라이다. 원래는 말레이 연방에 속하였지만 부족 간의 갈등으로 1960년대 연방으로부터 퇴출을 당했다. 그 후 심각한 곤경을 겪어야 했던 싱가포르는 낙담하지 않고 현대화된 영국식 체계를 적극 발전시키면서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제주도 3분의 1크기의 작은 섬나라로서 자신들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 정보 체계를 바탕으로 해운, 관광, 제조, 금융분야에서 괄목할 성장을 하였고 국민 개인소득 6위권 안에 드는 아시아의 용이 되었다. 이들의 진정한 힘은 어디에 있을까?
싱가포르 도시의 특징은 메트로를 중심으로 한 체계가 잘되어 있다는 점이다. 동네마다 위치한 지하철역사는 지역별 이동 수단의 거점이 된다. 아침에 직장을 가는 부모와 등교하는 아이들이 모두 이 거점을 이용한다는 점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무엇이 다를까?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다시 이 철도역사로 온다. 그리고 역사 안 지역도서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책을 보며 부모의 퇴근을 기다린다. 단순히 그냥 책을 보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들을 지도해 주는 스터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연령별 독서 지도를 통해 토론과 놀이를 즐긴다. 퇴근한 부모들은 한껏 감성이 충만해진 아이들을 만나 쇼핑을 하고 식사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간다.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의 거점이 있는 곳은 거의 대부분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으며 이를 전 국민이 아주 즐겁게 활용하고 있다. 도시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지식 정보 체계와 도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적절히 컨트롤 해준다. 그리고 도서전문가, 공간계획가들은 이러한 체계 안에 디테일을 만들어 내며 도시민들은 이렇게 잘 정돈된 체계를 활용하면서 그들만의 도시의 삶의 가치를 생산해 낸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도서관이 있다. 각급 학교 도서관, 문화복지관 형태의 도서관. 또한, 아파트 단지 안 주민 자치 형태로 들어오는 작은 도서관도 볼 수가 있다. 기존의 오래된 대형 도서관과 함께 적지 않은 도서관들이 우리 주변에 위치한다. 하지만 우리 도시의 삶에서 도서관은 어떻게 역할 하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로 자료를 찾거나 학습의 장소로 도서관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래전 한 지역의 도서관에서 가족을 위한 독서공간을 만들었다가 공부할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지역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사례가 있었다. 도서관이 문화적 공간이기보다는 독서실과 같은 학습 목적의 공간으로 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도서관은 접근성이 동선상에 편리하게 위치하지 못하거나 평일 오픈시간이 제한된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도시문화 삶의 거점 역할에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성인 남녀의 평균 독서량은 7권인데 반하여 아이들의 독서 수량은 150권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성과 중심으로 바쁘고 지친 현대 도시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최근 특색 있는 작은 도서관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도시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 시스템이 우리에게 적정하게 정비된다면 도시민의 삶이 조금은 더 윤택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