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권 전부개정안’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은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개정안에 포함된 '특례시 지정' 기준을 두고 지자체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법안의 국회 통과가 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지방 4대 협의체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자의 70.2%가 찬성(28.3% 매우 공감ㆍ41.9%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4대 협의체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다.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4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다수의 국민들은 지자체의 권한 강화에 공감했다. 재정분권 강화 필요성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 인력 배치 항목에선 각각 74.4%, 72.9%가 찬성했다. 국가와 지방 간의 사무 배분 명확화(83.8%) 등에 대해서도 모두 높은 비율로 공감을 표시했다. 사무 배분은 지역 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시ㆍ군ㆍ구에서, 기초 지자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광역 지자체나 국가에서 맡도록 하는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치권 강화를 통한 지자체의 주민밀접행정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 결과는 대부분 행안부가 21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달리 ‘이번에도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수와 직결되는 ‘특례시 지정 기준’을 놓고 지자체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 된 법안을 행안부가 보완, 지난 7월 국회에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특례시 지정 기준은 인구 100만명에서 50만명으로 대폭 완화됐다. 이에 따라 대상 도시가 4곳에서 16곳(수도권 10곳ㆍ비수도권 6곳)으로 크게 늘었다.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보완된 법안으로 특례시 자격을 갖추게 된 충북 청주ㆍ전북 전주 등 12개 지자체는 “도약 기회”라며 한껏 반기고 있다. 반면, 세수 누수가 불가피한 광역 도와 특례시 지정 대상이 아닌 기초지자체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례시 지정이 다른 도시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재정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게 이유다.
실제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도세인 취득세를 특례시세로 전환할 경우 경기 지역 10개 특례시는 3조1,512억원의 세수가 증가한다. 나머지 21개 시ㆍ군은 7,040억원, 도는 2조4,472억의 세수가 줄어든다.
완화된 특례시 기준 탓에 자치법 개정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국회 안팎에서는 특례시 조항을 분리,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간 이익이 첨예하게 걸린 문제여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법안 심사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것으로 생각된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