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7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연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노 후보자는 선관위원 중에서 대법관을 선관위원장으로 호선하는 관례에 따라 최초의 여성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올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지휘할 전망이다.
. 노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따지는 야당의 공세에 "공정한 선거관리"를 거듭 다짐하고 부동산 시세 차익 의혹에 대해서도 "투기가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노 후보자가 법원 내 진보 성향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점을 집중 추궁했다. 이는 노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자였던 2018년 인사청문회에서도 등장했던 이슈다. 노 후보자는 “25년간 법관으로 지낸 신념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라며 “엄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선관위 업무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자 배우자의 부동산 시세 차익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노 후보자 남편이 2017년 12억 6,000만원에 매입한 부동산을 3년여 만에 22억원에 매각해 9억4,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자는 남편이 해당 건물을 요양병원으로 운영했으며 소음 문제가 개선이 안돼 요양병원을 옮긴 것이란 취지로 설명하며 "투기나 투자 목적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시세 차익에 대해서도 "수리비용, 요양원 설비ㆍ시설 자금, 초기운영자금을 부담한 사정이 있다”며 “그런 사정으로 매도가액이 책정된 것이라 거액을 얻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 후보자는 대법원의 이재명 경기지사 무죄 취지 선고와 관련해 “유죄판결로 당선 무효가 되는 사정이 고려됐느냐”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숙고와 격론을 거쳐서 다수의견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가치를 중시한 판결을 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묻는 질의에는 “예산 절감 측면에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두 선거의 초점이 다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노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 중 63개 문항이 지난달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의 답변서와 토씨까지 똑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측은 박수영 의원은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소신, 위성정당에 대한 평가 등 기본 소신에 대한 답변도 그대로 베꼈다"며 "선관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자는 “매우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오는 서면질의에 후보자 혼자 답할 수 없어 선관위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모두 읽어보고 평소 소신과 생각이 검토내용과 부합해 답변을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행안위는 청문회 뒤 채택한 보고서에서 "후보자는 법관의 기본적 책무인 사회적 약자 보호를 충실히 수행해왔다"며 "최초 여성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위원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여성, 소수자를 위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우자의 부동산 매각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려 청렴성에 문제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노 후보자는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등을 지냈다. 2018년 8월 대법관에 임명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주심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