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최근 경쟁적으로 ‘호남 구애’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ㆍ18 민주화 운동 역사왜곡처벌법 등 호남의 숙원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며 텃밭 사수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 이후 호남에 적극 공을 들이고 있는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호남 예산 증액’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5ㆍ18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먼저 설훈 의원이 발의한 ‘5ㆍ18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출범한 5ㆍ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조사위는 지난 5월부터 헬기사격을 비롯한 계엄군 발포, 민간인 집단학살, 여성 성폭행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행 활동기간(2+1년)과 인력(50명)으로는 물리적으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정안은 조사위의 활동기간을 최대 5년(기본 3년+2년)으로 늘리고 인력도 70명으로 확대했다. 이형석 의원이 발의한 ‘5ㆍ18 역사왜곡 처벌법’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5ㆍ18 민주화운동을 부인ㆍ비방ㆍ왜곡ㆍ날조한 자’를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24일 이낙연 대표가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이후 나흘 만에 당론으로 채택됐다. 당시 이 대표는 국립5ㆍ18민주묘지를 찾아 윤상원 열사의 묘비를 붙잡고 무릎을 꿇은 채 잠시 묵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남(전남 영광) 출신이자 전남지사까지 지낸 이 대표에게 광주는 ‘정치 텃밭’이다. 당내에선 최근 이 대표의 ‘5ㆍ18 행보’에 대해 “당내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확고한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엠브레인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이 대표(20%)와 이 지사(23%)는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남 민심 확보에 나선 국민의힘은 '예산' 문제로 진정성을 호소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이용섭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등과 만나 내년도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는 “다음주 시작하는 정부 예산안 증액 심사에서 새로 반영할 게 무엇인지,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말씀을 들으러 왔다”고 했다. 지난 8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은 이후, 예산을 고리로 ‘호남 챙겨주기’ 행보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도 29일에는 전북 전주를 방문해 호남 보듬기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