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숨진 A(17)군 시신에서 질산화합물이 다량 검출됐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유족 측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반발했다. A군의 사망 이후 국내에는 '독감 백신 접종 공포'가 확산한 바 있다.
27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인천 모 고등학교 3학년 A군 시신에서 치사량 이상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이 물질은 육류의 선홍빛을 유지시키는 보존제로 많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다. 두통을 유발하고 치사량(4~6g) 이상 섭취시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과수는 지난 18일 A군 시신 부검을 진행한 뒤 '사인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한 이후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조직검사 등을 벌여왔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복용했거나 비슷하게 생긴 소금, 설탕 등으로 오인해 섭취했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A군이 거주하는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 수거장에서 A군 책상 위에 있었던 물병과 동일한 19개 물병을 찾았고, 이중 1개에서 이 화학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족을 상대로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징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했다. 또 A군의 컴퓨터와 휴대폰, A군이 다니던 독서실과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 등도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군의 유족 측은 반발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군의 형이라고 주장한 유족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동생의 죽음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국과수에선 (동생의 죽음이) 독감 백신 접종 관련일 수가 전혀 없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며 "국과수 검사 결과 (동생 시신에서) 화학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면서 독감 백신과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비중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동생 친구, 학교에 대한 수사에서는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며 "평소 동생은 우한폐렴(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마스크도 KF80 이상만 착용하고 비위생적인 것은 섭취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동생은 성적이 전교 상위권이었고 대학교 입시를 거의 다 마쳐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최소인 상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성실하게 공부만 한 제 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다면 너무 억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군은 지난 14일 낮 12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이틀 뒤인 16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일어나지 않아 방에 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A군이 독감 접종을 한 병원에선 같은 날 수십명이 백신을 맞았으나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백신을 맞은 후 "접종 부위에 통증이 있고 기력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