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이 가상 자산이 포함된 거래에 대해 정보 수집ㆍ보존ㆍ공유를 요구하는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악의적 행위자’들이 가상 자산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 주요 사례로 북한을 집어 언급했다. 북한이 가상 화폐 거래로 얻은 자금을 ‘돈세탁’하는 것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 단속네트워크(FinCEN)’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가상 자산을 거래 감시 대상에 포함시키는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7일 전했다. 당국의 규정 개정 핵심 내용은 자금세탁 등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은행비밀법(BSA)’에 따라 국내외에서 실행된 거래의 수집ㆍ보존ㆍ공유 대상에 ‘전환가능한 가상 화폐(CVC)’ 등 가상 자산을 포함하는 것이다. 연방 규정집에 명시된 ‘화폐’ 정의를 가상 자산으로 확장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국은 이번 개정안 제안의 이유로 최근 수 년간 가상 화폐의 대중적 이용이 늘어나면서 가상 화폐가 불법 금융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른바 ‘악의적 행위자’들이 제재 회피와 자금 세탁 등 불법 목적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왔다는 이야기다. 당국은 그러면서 “라자루스 그룹과 같은 북한의 사이버 행위자들이 전환가능한 가상 화폐를 정권을 위한 많은 양의 수익 창출과 (자금) 세탁 수단으로 훔치고 갈취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바틀렛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미 금융당국이 가상 자산을 이용한 불법 행위에 책임을 묻기 위해 규정 개정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을 겨냥한 규정 강화라는 의미다.
연준과 FinCEN은 이번 개정안에서 은행비밀법에 따라 미국 관할권 밖에서 시작하거나 종료되는 거래 중 정보 수집ㆍ보존ㆍ공유 최소금액을 현행 3,000달러에서 250달러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방안도 역시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이는 북한 당국이 절취한 가상화폐를 작은 단위로 쪼개 새로운 계좌로 분산 입금하는 필 체인(peel chain) 방식으로 금융 당국의 거래 정보 보고ㆍ보존 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준과 FinCEN의 개정안은 27일 연방 관보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