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만난 연예인에게 난생 처음 사랑을 느꼈다."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에 사는 황(黃ㆍ61)모씨는 올해 초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짧은 동영상이 끝없이 펼쳐진 더우인(중국판 틱톡)은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이리저리 화면을 넘기다 배우 진둥(靳東)에게 시선이 꽂혔다. 가짜 온라인 계정이었다.
하지만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매몰찬 남편, 무덤덤한 자식과 달리 날마다 살갑게 말을 걸어오는 그의 메시지는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싸구려 물건에 바가지를 쓰고 계좌로 현금도 보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황씨는 급기야 진둥과 결혼하겠다며 1,000㎞ 떨어진 지린성 장춘으로 향했다. 가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붙들려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가짜인지 정말 몰랐어요." 그녀는 뒤늦게 눈물을 흘렸다.
중국에서 중장년층을 겨냥한 인터넷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투르고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데다 관심과 애정에 목마른 약점을 노린 것이다. 텐센트가 40대 이상 5,563명을 조사한 결과 6.1%가 "인터넷에서 혼인ㆍ연애 관련 사기를 당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중장년의 68.3%는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에 비해 주위 시선을 더 의식하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더우인이 폐쇄한 가짜 계정은 지난 9월에만 5,000개가 넘는다. 진둥의 소속사는 지난달 황씨 사건이 터지자 성명을 내고 해당 플랫폼 운영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사기꾼들이 사칭하는 유명인은 영화배우를 비롯해 마윈(馬雲) 등 재계 거물, 심지어 중국 호흡기질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미디어에 자주 노출돼 인지도가 높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마윈의 연설 동영상을 짜깁기해 올려놓은 인터넷 계정에는 1만1,000명의 팬이 가입해 열흘만에 4만5,000개의 '좋아요'를 눌렀다.
황씨를 사로잡았던 배우 진둥의 경우 중장년층의 참여도가 높았다. 온라인 계정에 댓글을 남긴 여성 네티즌의 연령대를 살펴보니 40대가 30.35%로 30대(25.82%)보다 많았다. 50대 이상은 15.78%로 집계돼 20대(15.76%)와 엇비슷했다.
'중국 인터넷 발전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네티즌 4명 중 1명은 농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보급으로 40대 이상 네티즌이 34.5%에 달해 중장년 인터넷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인터넷 사기 행태를 보면 가족 간 유대와 보살핌이 부족한 중장년 여성들의 정서와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