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반(反)정부 시위에 직면한 태국 정부가 마침내 헌법 개정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의 민주적 절차 수용 여부에 따라 향후 태국 사회의 격변이 예상되는 만큼, 혁신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왕실 수호를 주장하는 왕당파간 장외 세대결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6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의회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시위대가 요구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 △군주제 개혁 △군부제정 헌법 개정 등의 사안을 놓고 일종의 공개 토론인 ‘개헌 특별회기’를 진행한다. 시위대의 요구를 적극 대변하는 야당이 8시간의 공개 발언 기회를 배정 받았고, 정부 관료와 친군부 세력이 장악한 상원ㆍ연합정당이 각각 5시간씩 15시간 동안 반박을 이어가는 식이다. 개헌 회기에서는 표결이 이뤄지지 않지만, 결론이 도출될 경우 국민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시위대와 왕당파는 각각 방콕시내 의회 앞과 룸피니 공원 내 국왕 라마 6세 동상 인근에 집결해 개헌 회기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오후엔 왕당파가 먼저 움직였다. 시위대가 가두행진을 통해 도착할 예정이던 주태국 독일 대사관 앞에 미리 진을 치고 "왕정 수호" 등 구호를 외친 것이다. 이들은 시위대가 도착하기 전 의회 쪽으로 다시 이동해 실제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선 지난주 왕당파 일부 일원이 시위대를 공격해 양측 감정이 악화된 점을 들며 동선이 자주 겹칠 경우 폭력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헌 회기에서 나올 각종 발언도 양측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킬 수 있다.
시민들 역시 여전히 폭력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19,20일 태국 국립개발청(NDA)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1,336명의 응답자 중 58.6%는 “시위가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34.2%는 “시위대와 왕당파 등 집단 사이의 격렬한 충돌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태국 경찰은 의회와 집회 예상 장소 등에 병력을 집중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