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해' 피해 지원하는 美日ㆍ호주... '쿼드' 확장 노림수

입력
2020.10.25 15:40
베트남 연례 재난에 대규모 자금 지원 
인니, 메콩 유역국 등 아세안 공략전도
"아세안 포섭해 중국 포위 완성" 의도
中, 노골적 반발... 동남아는 아직 '중립'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가 중국과의 전면전에 핵심 변수가 될 베트남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쿼드는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국이 위치한 인도네시아와 친중 성향이 강했던 메콩 유역 국가들까지 살뜰히 챙기고 있다. “아세안까지 추가해 중국 포위 전략을 완성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의 일환이다.

25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호주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계속된 베트남 중부 지방의 수해 피해를 돕기 위해 7만여달러(8,000여만원)의 지원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쿼드 소속 국가 중 처음으로 17일 베트남에 10만달러(1억1,300만원)의 수해지원금을 보낸 데 이은 두 번째 공식 지원이다. 20일 베트남을 방문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금명간 지원금 전달을 약속한 점을 고려하면 인도를 제외한 3개국이 베트남에 성의 표시를 한 것이다.

매년 집중호우 피해를 입는 베트남은 올해 수해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119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늘었지만, 특정 국가의 연례 자연재해에 세 나라가 동시에 금전 지원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지 외교가에선 “쿼드 확장을 위한 추가 후보 명단에 베트남이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아세안 내 발언권이 강한 베트남을 먼저 설득한 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쿼드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수해 지원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쿼드는 아세안 국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주 취임 첫 해외 방문지를 베트남으로 택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도 찾는 등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 역시 메콩강 가뭄으로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역내 국가들에 ‘자연재해 예방 시스템 구축 지원’을 명분 삼아 올 하반기부터 자금을 집중적으로 풀고 있다.

중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당초 쿼드를 ‘태평양에서 사라질 거품’으로 폄하하던 중국은 노골적 포섭이 이어지자 불편한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인도ㆍ태평양판 나토’인 쿼드가 지역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공개 비난하는 등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세안은 아직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쿼드 측 움직임이 더 적극적이라 하더라도 역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보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아세안은 지난달 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아세안은 국가간 경쟁 사이에 끼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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