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우승… NC 나성범과 이동욱 감독이 꺼낸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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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5 15:18


NC 나성범(31)은 24일 창원 홈에서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특별한 사람을 떠올렸다.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내게는 특별한 분이다. 원래 투수를 하려다 포지션을 변경했다. 감독님 덕분에 팀의 주축이 될 수 있었고, 기회를 많이 주셔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김경문 초대 감독에게 첫 우승의 영광을 돌렸다.

나성범은 NC가 처음으로 신인을 뽑은 2012년 드래프트 때 지명받은 창단 멤버다. 강백호(KT) 이전에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뽐낸 팔방미인이다. 김경문 당시 NC 감독은 고심 끝에 나성범에게 타자에 전념할 것을 권유했다. 나성범은 기대에 부응하며 KBO리그 최고의 좌타자 중 한 명으로 급성장했다. 올 시즌에도 데뷔 후 최다 홈런(32개)을 비롯해 타율 0.328 108타점으로 우승에 앞장섰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 도쿄올림픽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과 대표팀에서 재회가 예상됐지만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무산됐다. 지난해 5월 오른쪽 무릎이 꺾이는 중상을 당한 나성범은 수술과 재활로 시즌을 거의 통째로 쉬어야 했다. 김 감독은 당시 본보와 통화에서 "(나)성범이를 오래 봤지만 그렇게 괴로운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애제자에게 여전히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나성범 외에도 NC의 간판선수인 박민우, 구창모 등이 김 감독의 안목 덕에 팀과 리그의 대표 선수로 자리잡았다. 김 감독은 전ㆍ현직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선수 보는 눈'은 최고수로 평가 받는다.

이동욱 NC 감독은 2011년 NC가 창단할 때 수비 코치로 영입돼 김 감독을 보좌했다. 김 감독은 2018년 시즌 중에 팀을 떠나기 전까지 단기간에 9구단 NC를 강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NC는 1군 진입 2년 만인 2014년 정규시즌 3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걸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 2위, 2017년 4위에 오르며 꾸준히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2016년에는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김경문 감독님과 같이 일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면서 "전임 감독님이 만들어 놓으신 유산이 NC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NC는 이날 LG와 3-3으로 비겨 매직넘버 '1'을 없애면서 남은 5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 자리를 지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2011년 창단한 지 9년, 2013년 1군 진입 8시즌째에 거둔 쾌거다. 현장을 찾은 김택진 NC 구단주는 "창단 10년이 지나기 전인 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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