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되는 애국가의 첫 소절에 등장하는 동해(東海)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익숙한 지명이다. 그러나 외국의 지도책에는 이 바다에 ‘일본해’라고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제수로기구(IHO)의 전신인 국제수로국(IHB)이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발행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동해 수역의 이름이 ‘일본해’로 결정된 이후 현재까지 그 내용이 수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1992년 제6차 유엔지명표준화 회의에서 동해 병기를 주장한 이래 현재까지 동해(EAST SEA) 표기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다. 더불어 동북아역사재단‧반크(VANK)와 같은 공공기관과 민간단체, 나아가 해외 교포들도 동해 표기 홍보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현재 해외 주요 국가에서 발간되는 지도 책자에서 동해가 병기되는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사실, 서양 고지도상에서 동해바다는 16세기 말 이후 중국해‧동양해‧동해‧한국해‧일본해‧타타르해 등 다양한 명칭으로 표기되어 왔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재되는 지명이 변화해 왔다. 이처럼 지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일본해’가 19세기에 이미 ‘정착’된 지명이므로 계속 단독 표기되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서 주장하고 있다.
올해 필자는 이러한 일본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지도 두 점을 발견했다. 먼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에 소장된 '조선전도(Carte de la Coree)'는 미국정부가 제너럴셔먼호 사건 조사를 위해 파견한 셰넌도어(U.S.S. Shenandoah)호에 탑승했던 장교 펠란(J.R. Phelan)이 김대건 신부의 지도를 1868년에 모사(模寫)한 지도다.
그리고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 소장된 '조선전도(Carta Corea)'는 1860년에 제작된 것이며, 프랑스 해군 수로국이 수집한 지도다. 제작자는 미상(未詳)이나, 지도 분석 결과 김대건 신부가 작성한 지도로 판단된다. 고무적인 것은 새로 발견한 두 지도에 라틴어로 MARE ORIENTALE, 즉 동해가 기재되어 있는 점이다.
1978년에 최초로 소개된 김대건 신부의 지도에는 독도인 우산도가 조선의 영토로 기재되어 있어 독도 영유권을 입증하는 자료로 활용돼 왔다. 이번에 발견된 지도들은 독도는 물론 동해까지 명확하게 표기하고 있어 우리의 동해 표기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에 선정된 김대건 신부의 영전에 꽃 한 송이를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