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와 왕실이 지난 15일 내렸던 비상조치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중의 요구에 마지못해 화답했다. 다만 반정부 시위대는 긴급조치가 철회됐더라도 권력의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집회를 멈추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오는 26일 열릴 의회 개헌 특별회기 전에 정권의 수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퇴진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다.
22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수도 방콕에 내렸던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이날 철회했다. 그는 왕실의 승인이 필요한 이번 결정에 대해 "모든 분란이 의회에서 해결돼야 한다"며 "엄중한 상황이 해결되고 중단되고 있다"는 짧은 설명만 내놓았다. 전날 정권이 의회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언급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집회가 소강 상태에 들어간 것에 고무된 것이다.
급변하는 움직임에도 시위대는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로 집회를 주최하는 자유청년(Free Youth) 측은 "쁘라윳 총리가 시위대 요구대로 사흘 내로 퇴진하지 않으면 시위는 더 강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권의 진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의 대규모 집회가 아니더라도 의회의 실질적 행동이 실행되는지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치앙마이 등 지방의 시위 지도부 역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26일 진정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라"며 시점을 재확인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7월부터 시작돼 3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정권 퇴진과 왕실 개혁 주장에 빈부 격차, 경제 불안, 밀레니얼 세대의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더해져 이번 시위로 분출됐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