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전세계 국가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그 어떤 나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걸 깨우쳐 줬죠. 이번 국제 공조를 연습 삼아 앞으로 기후변화나 자원고갈, 불평등 같은 심각한 문제에도 전세계가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20 저널리즘 주간' 기조강연에서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재앙으로부터 배운 교훈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미국 현지에서 화상 연결된 그는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를 쓴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변화와 언론 역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전지구적 문제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불평등 세 가지를 꼽았다. 물론 "확산이 그 어떤 전염병보다 훨씬 빠르고, 그로 인한 사망 가능 인구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다 그 누구도 면역체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무서운 전염병"이 맞다. 하지만 그는 "빠르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해 관심을 사로잡은 코로나19에 비해 서서히, 눈치채지 못하게 사람을 죽이고 경제를 파괴시키는 이들 세 가지 문제가 코로나19보다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코로나19 경험이 실마리를 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내놓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어느 지역에 있든 글로벌 문제에 직면해 있고, 공동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전세계 국가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그 어떤 나라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불평등 역시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얘기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2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는 기후변화가 원인이지만 사람들은 쓰나미 때문에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지, 기후변화에서 원인을 찾지 않는다"며 "실제로는 코로나19보다 심각한 문제로 지구인이 직면한 문제인데 관심이 많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세계적인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저널리즘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실을 말하고, 복잡한 진실을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팩트로 제공하는 게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ㆍ의학자와 대중 사이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와 관련 "많은 정치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무지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무지에도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조강연을 비롯한 '2020 저널리즘 주간' 행사는 '저널리즘과 세상을 잇다'라는 주제로 25일까지 열린다. 모든 행사는 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자세한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www.jweek.or.kr)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