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진다" 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징역 2년

입력
2020.10.21 14:53

접촉사고를 처리하고 가라며 구급차의 운행을 막은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가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공갈미수와 사기,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31)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6월 8일 오후 3시 13분쯤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1차로로 끼어드는 사설 구급차의 왼쪽 뒤편을 고의로 들이 받고, 사고를 해결하고 가라며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시 구급대원 등은 응급환자가 타고 있으니 사고처리는 나중에 해주겠다고 했지만, 택시기사는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막아섰다.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당일 저녁 결국 숨졌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최씨의 유사 혐의가 확인되기도 했다. 최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 9월 25일까지 전세버스, 회사택시, 사설 구급차 등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의 충격이 가벼운 수준임에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처럼 속여 4개의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합의금 및 치료금 명목으로 4회에 걸쳐 1,719만420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3년 전인 2017년 7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 도로에서 구급차 진로를 방해하고 고의 사고를 낸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최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년간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사고에 입ㆍ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구급차에 환자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송 업무를 방해한 행위는 위험성에 비춰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부분의 보험사들 및 나머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스스로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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