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정부와 여당에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 라임ㆍ옵티머스 사건 특검 도입은 국민의힘 당론이 됐다. 라임ㆍ옵티머스 수사 과정을 놓고 대검(윤석열 총장)과 법무부(추미애 장관)가 맞붙는 상황에 이르자, 국민의힘은 "특검만이 진실을 밝힐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특검을 요구하면서 보수 야권의 대오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라면, 특검은 타율이 그다지 좋지 않다. 초대 특검인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1999년)부터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이른바 ‘드루킹 특검’(2018년)까지, 13번의 특검 중 수사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특검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특검 도입에 사활을 건 이유는 뭘까.
라임ㆍ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과 같은 성역 없는 수사를 기대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2016년 말 출범한 박영수 특검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국정조정수석,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0여명의 정부 인사를 기소했다. 이어진 대통령 탄핵과 분당 사태 등 악재 속에,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이듬해 대선에서 패배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19일 “우리로선 아픈 과거지만, 수사를 통해 정권 비리나 의혹이 파헤쳐진 유일한 특검이었다”며 “국회의원, 여권 고위관계자들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이번 사태도 특검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특검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특검 정국이 형성되면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ㆍ모금 과정 특혜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2016년 9월,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 특검 정국이 시작됐다. 여론의 압박에 새누리당이 특검에 합의한 건 그 해 11월, 특검 출범은 12월이었다. 그 사이 여론은 정부와 여당을 차갑게 외면했다. 최서원씨 의혹이 보도되기 전인 2016년 9월 2주차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34%였지만, 특검 정국이 가열된 같은 해 11월 4주차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12%로 곤두박질 쳤다.
한 정치 평론가는 “내년 서울ㆍ부산 보궐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 온 상황에서 야당의 특검 쟁점화는 여론전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카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