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D-2주] "바이든 우세, 4년 전 데자뷔일 수도"... 막판 변수는?

입력
2020.10.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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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주 전까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지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민주당 캠프는 4년 전 역전패의 악몽을 되새기며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다. 지지율 수치만으로 당선을 낙관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젠 오말리 딜런 바이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전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가장 가혹한 진실은 트럼프가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최후의 순간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는 물론, 총득표수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려 낙선한 사실을 거론하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톰 페레즈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위원장도 여론조사(poll)를 롤러코스터에 빗대 “절대 ‘폴러코스터(Poller-coaster)’에 탑승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샤이 트럼프' 이번에도 결집할까

민주당의 경계심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숨은 지지층인,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끌리지만 도덕성 논란 등 그의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해 공개 지지를 표명하지 않던 유권자들이 몰표를 던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샤이 트럼프 현상은 지난 대선 클린턴의 패인을 분석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올해도 트럼프 캠프는 기대를, 바이든 캠프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다만 4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단 부동층 규모가 대폭 줄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조사 결과, 현재 부동층 비율이 4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조금이라도 더 선호하는 후보를 물었더니 답변이 절반으로 나뉘었다”며 “숨은 유권자가 대통령을 또 한 번 구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전화ㆍ온라인으로 이중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대면ㆍ비대면 조사 응답에 차이가 없다는 건 시민들이 더는 트럼프 지지를 감추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편투표ㆍ바이든 차남 의혹도 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비중이 크게 확대된 우편투표는 이번 대선의 새 변수다. 전보다 개표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주(州)별로 유효 투표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라 혼란이 불보듯 뻔하다. 경합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갈릴 경우 줄곧 “우편투표는 사기ㆍ조작”이라고 공격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 상원이 선거 결과가 연방대법원에 갈 경우를 대비해 에이미 코니 배럿 후보자의 대법관 인준을 서두르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선거 막판 터진 바이든의 차남 헌터 관련 의혹이 아버지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지난 15일 뉴욕포스트는 헌터의 이메일로 추정되는 자료를 입수해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재임 시절 아들의 알선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부리스마 대표와 만났다”며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스모킹 건(명백한 증거)’”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바이든 가족은 범죄 기업”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해당 자료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거쳐 뉴욕포스트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측의 ‘정치 공작’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 내부에선 2016년 대선 직전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공개해 선거판을 흔든 일이 연상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22일 열릴 마지막 3차 TV토론에서 치명적 실수라도 하면 판세는 일거에 뒤집힐 수도 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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