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 꼴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2명은 법이 정한 상속 가능 농지 소유 상한을 위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고위공직자들의 농지 소유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자료 수집이 가능했던 고위공직자 1,862명 중 38.6%에 달하는 719명이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팀장은 "고위공직자들이 소유한 농지의 총면적은 311㏊(약 94만평)로, 총 가액으로 따지면 1,359억원"이라고 밝혔다. 1인당 평균 약 1억9,000만원의 농지를 보유한 셈이다.
국내 농가의 48% 가량이 경지가 없거나 0.5㏊(1,512평) 이하를 소유하는 것을 감안하면, 고위공직자들의 소유 농지 평균인 0.43㏊는 결코 작지 않다는 게 두 단체의 지적이다. 특히 가장 넓은 농지를 소유한 사람은 김규태 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으로, 전북 고창군에 약 1.3㏊의 땅을 가지고 있었다.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장은 김 전 실장을 두고 "농지법을 위반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농지법 7조에 의하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했으나 농업 경영을 하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1ha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 고위공직자가 소유한 농지는 평당 가액이 1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 고위공직자 5명이 평당 가액 100만원 이상의 농지를 소유했다"며 "평당 가액 100만원 이상의 농지 소유는 땅값을 이용해 이득을 얻겠다는 투기심리가 아닌가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실제 농민이 소유한 농지의 평균 평당 가액은 7만~8만원이며, 최대 15만원 이상이 되면 농지를 사서 농사를 짓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고위공직자들이 공직에 종사하면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음에도 농지를 재산증식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가짜 농부를 잡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흥식 전농 의장 역시 "농지는 투기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지가 되어야 한다"며 "비농업인 소유 농지를 처분해 농민에게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