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브라이언 11월 방한" 靑은 왜 '굳이' 공식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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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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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을 요청했고,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11월 방한하겠다는 입장을 서 실장에게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다음달 다시 만난다고 발표했다. 서 실장의 13~17일 미국 워싱턴 방문 기간에 약속을 받아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미국 대선이 11월 3일 열리는 점, 미국 언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세를 점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 참모인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11월 방한을 못박은 것은 이례적이다. 대선 결과에 따라 워싱턴이 소용돌이치면서 미국 외교 일정 전체가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방한이 그만큼 확정적이어서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서훈 실장이 ‘답방 약속을 공개해도 좋다’는 뜻을 내부에 전했다고 한다.

그보다는 청와대가 '한미동맹 관리' 차원에서 일정을 공개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방위비분담금 협상 파열, 주한미군 축소 위협, 중국 압박 동참에 대한 이견 등 한미 양국 사이에 악재가 쌓인 상황에서 청와대가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서 실장이 미국에 '급파'된 것도 한미 균열 가능성을 차단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무성했다.

강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한미 동맹’을 거듭 강조했다. 대면 브리핑에선 “서 실장의 이번 방미로 강력한 한미 동맹 관계를 쌍방이 재확인했다”고 했고, 뒤이어 발표한 서면 브리핑에서는 “강력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한미 외교 채널이 미 대선 이후에도 계속 가동된다'는 것을 못박음으로써 청와대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 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권이 교체돼도 청와대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는 내년 1월 20일까지다.

미국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북미 관계 역진은 없다’는 신호를 청와대가 발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서 실장은 유명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고,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우리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적극적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하긴 어렵다. 또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조속한 타결을 위해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인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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