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상주 상무가 연고지인 경북 상주시에서 마지막 홈 경기를 마쳤다. 승리로 작별인사를 했지만, 향후 군 축구단을 유치하게 될 지방자치단체들의 책임의식에 대한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상주는 17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대구에 2-1로 이겼다. 남은 광주, 포항전이 모두 원정경기라 이날 경기를 끝으로 상주 축구팬들과는 작별하게 됐다. 내년부터 경북 김천시로 연고지를 옮기는 상무 축구단은 K리그2(2부리그) 무대에서 출발하게 된다.
마지막 홈 경기에서 상주는 전반 19분 터진 안태현의 선제골과 34분 터진 상대 자책골로 일찌감치 앞서갔다. 후반 36분 대구 세징야에게 추격 골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켜 승점 41점째를 기록, 4위 굳히기에 성공했다. 5위 대구는 승점 35점으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4위를 차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666명의 관중 앞에서 승리를 거둬 사실상 4위 이상의 성적을 확정한 상주는 ‘유종의 미’를 거둔 모습이다. 팀은 문선민 권경원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꾸준한 입대와 김태완 감독의 지도력으로 엄연한 K리그 강호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작별의 과정이다. 광주FC라는 유산을 남기고 상주시로 연고를 옮긴 1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상주에 시민구단의 꽃은 피지 못한 채 떠난다. 지난 6월 강영석 상주시장이 갑작스레 “상주 상무 축구단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창단 꿈은 물거품 됐다.
물론 1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데다 이마저도 감소세가 꾸준한 상주시 인구를 고려해보면 시민구단을 창단해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축구관계자들은 “연고협약 당시 주요 공약이었던 시민구단 창단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고 호떡 뒤집듯 뒤집은 지자체장의 독단적 결정은 앞으로 상무 축구단이 거쳐갈 새 연고지에서 되풀이 돼선 안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단 직원과 유소년 클럽 선수들의 마음고생도 컸다. 연고이전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아 구단 직원들이 직장을 새로 구해야 하는 데다, 상주에 남겨진 18세, 15세, 12세 이하 연령대별 유소년클럽 선수들의 거취가 불분명해져 혼선이 컸다. 유소년 선수들의 경우 상주시와 김천시에서 이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조만간 내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먼저 해당 논의를 거치는 게 순서였다.
관중이 많았던 곳은 아니지만, 별다른 여가가 없던 이 지역에서 축구단을 응원해 온 축구팬들이 이젠 찾을 곳이 사라진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한 구단 관계자는 “다른 팬들보다 어린이 팬들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상주시의 거친 이별 방식은 K리그 연고 정착 문화에 큰 해를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