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시기에 분란을 일으킵니까? '너나 잘하세요'란 영화대사가 떠오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한 질타성 발언이었다.
양 의원은 "코로나19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총재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며 이 총재를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양 의원은 "엄격한 재정준칙을 강조할 게 아니라 공적자금 회수 방안 등 국채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까지 나서 "해외 다른 국가들은 중앙은행이 준 재정 역할을 한다"며 "한은이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인 만큼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국가채무통제를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한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의견이었다.
이날 이 총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위기가 해소된다면 평상 시의 준칙은 엄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총재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후 질의 순서였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 총재를 향해 "당혹스러우실 것 같다"며 "한은이 계속 정치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