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정ㆍ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내용을 전격 폭로하며 옥중 입장문을 냈다. 김 전 회장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명에게 접대를 했으며, 접대한 검사 중 1명은 라임 사건의 담당 검사가 됐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의 말이 사실인 경우, 지금까지 여당 인사들에게만 의혹이 집중됐던 라임 사태의 불똥이 야권과 검찰로도 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전 회장 측은 16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자신이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 중 1명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도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지난해 7월쯤 검사 접대 당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1,000만원 상당을 비용으로 썼다"며 "A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사건 담당 주임 검사로, 과거 승승장구하던 우병우 사단의 실세"라고 적었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를 통해 자신을 '보석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주겠다'는 라임 사건 담당 검사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올해 5월 초 A변호사가 찾아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조하지 않으면 공소장 금액을 엄청 키워 구형 20~30년을 준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의 얘기를 전해들은 후, 올해 5월 말 서울남부지검에서 과거 접대했던 검사를 만났고, 해당 검사가 라임 수사 책임자였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는 수원구치소에 면회 왔을 당시 서울남부지검에 가면 아는 얼굴을 봐도 못본척 하라고 했다"고 썼다.
김 전 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가 이루어졌다"며 "(검찰) 면담 조사에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어 "당초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은 소액이라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 방향이 급선회해 두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이 전한 '전체주의' 발표란, 올해 8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특정 진술을 유도했다고도 했다.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면담 및 진술 유도를 반복하고, 중요 참고인들은 불러 자신과 말 맞출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처음엔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들을 보면서 (조 전 장관이) 모든 걸 부인한다고 분노했는데, 내가 언론의 묻지마식, 카더라식 토끼몰이 당사자가 되어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를 직접 경험해 보면서 대한민국 검찰개혁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본인이 라임 전주나 몸통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라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실제 몸통들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거나 국내에서 도주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남부지검은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검사 출신 야당 정치인의 우리은행 로비 의혹은 현재 수사 중"이라며 "현직 검사 및 수사관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사실로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A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술자리를 한 사람들은 현직 검사가 아니라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었다"며 "이 중 한명이 라임 수사 팀에 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