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선개입!"... '소셜미디어'에 칼 뽑아 든 美 당정청

입력
2020.10.16 18:00
"바이든 아들 보도 차단은 선거개입"
 FCC, SNS 면책특권 박탈 절차 시작
트럼프 "소송", 공화 "CEO 소환" 화답
대선 직전 무리한 SNS 옥죄기 비판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 연방기관이 일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향해 칼을 뽑아 들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편향적인 콘텐츠 검열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다. 우리로 치면 당정청이 합심해 특정 업계 옥죄기에 나선 셈이다. 그런데 시점이 묘하다. 대선이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밑바닥 여론의 창구인 SNS를 규제하려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법무 자문위원이 FCC에 통신품위법 230조를 유권해석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알려왔다”며 “230조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한 규칙 제정 절차에 착수하려 한다”고 밝혔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에 묻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다. 1990년대 막 태동한 IT 플랫폼 기업들이 잇달아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자 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결국 5개월 전 서명된 대통령 행정명령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SNS 회사가 이용자 게시물을 임의로 고치거나 삭제할 경우 법적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편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의 트윗에 회사가 경고 딱지를 붙인 직후였다. 파이 의장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정헌법 1조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정헌법 1조가 이들에게 신문사나 방송사 등 다른 미디어들에 허용되지 않는 특별 면제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SNS 규제 움직임이 대선 직전 급물살을 타게 된 건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부패 의혹 보도 공유를 차단하면서다. 전날 뉴욕포스트는 바이든 후보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인사를 소개받아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전했는데, 두 업체는 해당 자료가 해킹된 자료일 수 있고,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을 제한했다.

그러자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를 ‘대선 개입’으로 규정하고 압박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거대 IT기업들이 바이든을 난감한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기사를 검열하고 있다”며 “이들이 주류 언론과 계속 협력한다면 우리는 230조를 즉시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두 회사의 조치는) 모두 큰 소송으로 끝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기정사실화했다. 공화당 상원도 뒤질세라 두 기업 최고경영자(CEO) 소환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규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제프리 스타크스 FCC 위원은 “대통령 행정명령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데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SNS 회사들이 4년 전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가짜뉴스 거르기에 열중하다 공세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2016년 대선 때 거짓정보 확산을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은 소셜미디어가 수년간의 논쟁 끝에 문제를 바로잡기 시작했다”면서 “이에 기존 시스템에서 이익을 누렸던 기득권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유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