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강일원(61) 전 헌법재판관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의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됐다. 강 전 재판관은 삼성 계열사의 정도 경영을 감시하는 독립 조직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제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강 전 재판관이 준법감시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이 부회장의 양형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강 전 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 전 재판관에게 “자료조사와 면담조사를 통해 준법감시 제도 일반에 대한 의견과 피고인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준법감시 제도의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다음달 30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 전 재판관은 향후 서면을 제출하거나 법정에 출석해 준법감시위에 관한 검토 의견을 밝힌다.
당초 재판부는 재판부, 박영수 특별검사팀, 이 부회장 측이 각각 1명씩 추천해 총 3명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위촉할 생각이었다.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이 부회장 측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추천했으나, 특검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할 뜻을 내비친다”며 추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재판부는 결국 강 전 재판관 한 사람만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전문심리위원의 구성은 법원이 직권으로 정할 수 있다.
강 전 재판관 선임에 따라, 지난 9개월간 멈춰 있던 이 부회장 뇌물 사건 재판에 속도가 붙게 됐다. 특검이 올해 2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고, 그에 따라 재판은 그동안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까지 특검의 기피 신청을 기각하며 이달 26일 파기환송심이 재개될 예정이다.
사법연수원 14기로 법조계에 입문한 강 전 재판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기조실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헌법재판관을 지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재판관으로, 꼼꼼하고 합리적인 재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