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주영 한국대사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후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힌 소감이다. 태 의원은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이다.
태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주영 한국대사관을 포함한 재외공관 국감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그는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와 인사를 나누던 순간을 회상하며 "박 대사의 음성을 들으며, 대사 뒤에 앉아있는 주영 한국 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작 전부터 주영 대사관의 국감 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했으나, 막상 부딪치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태 의원은 "바로 4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외교관으로 일하며 한국의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 대사에게 질의를 하는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감장에서 최일 주영 북한대사와 자신의 '평양국제관계대학' 선후배 인연을 강조하면서 박 대사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거나 "런던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을 알고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태 의원은 이어 "박 대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탈북 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되어 소식조차 알 길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라고도 했다. 대사관 2인자인 태 의원의 망명으로 본국으로 송환됐던 현학봉 당시 주영 북한대사는 이후 거취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상황이다.
태 의원은 "나는 박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앉아서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국감을 이어가야 했다"며 "12일에 있었던 주미ㆍ주유엔 대사와는 달리 주영대사관에 대한 국감은 전 기간 격려와 웃음, 따뜻한 말이 오가는 한 집안 형제들 사이의 대화 같았다"고 했다. 이어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박 대사와의 대화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라며 "모든 국감이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라고 물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