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ㆍ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역사전쟁’을 촉발했던 이 다큐멘터리와 관련,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정성 및 객관성을 잃거나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결과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서태환)는 15일 백년전쟁 방송사이자 시청자 제작 전문채널인 시민방송(RTV)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명령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3년 8월 방통위가 내린 제재조치 명령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하고 RTV에서 방송된 백년전쟁은 두 전직 대통령을 친일파로 묘사했다. 2013년 1~3월 총 55차례에 걸친 방송에는 △이 전 대통령이 사적 권력을 채우려 독립운동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미국에 굴종하고 한국 경제성장의 공을 가로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같은 해 8월 ‘방송 심의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프로그램 관계자를 징계ㆍ경고하고, 이를 방송으로 알리라”고 명령했다. RTV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ㆍ2심은 모두 “두 전직 대통령을 희화화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관점 및 의혹 제기를 넘어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 및 재구성을 했다”며 방통위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하급심 판결이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작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료의 비지상파 방송매체를 통해 방영됐고, 시청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심사기준도 완화해서 적용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역사적 사실ㆍ해석에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공정성을 해칠 정도로 편향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방송 당시의 격렬했던 역사 논쟁을 방증하듯, 이 같은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은 7명에 그쳤다. 다른 6명의 대법관들은 “객관성을 상실했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사자 명예존중을 규정한 심의 규정도 위반한 프로그램”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