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철거 논란이 불거진 독일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독일 베를린시장과 미테구청장에게 '소녀상 철거 방침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를린시가 최근 한ㆍ독 양국 시민들의 노력으로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대한민국의 경기도민을 대표하는 경기지사로서 우려를 표한다"며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서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널리 알려달라"며 철거를 막기 위한 여론 확산에 동참해 달라고 독려했다.
그는 서한문에서 "철거 명령은 법원 절차로 일단 보류됐지만, 베를린시와 미테구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한국 국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소녀상이 철거된다면, 전쟁범죄와 성폭력의 야만적 역사를 교훈으로 남겨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염원하는 한국인과 전 세계의 양심적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독일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한 일을 일본의 압력으로 번복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만든 조각상인 소녀상은 이미 수개월 전 베를린시 도시공간문화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공공부지에 설립됐다"며 "독일 당국의 허가가 일본의 노골적인 외교적 압력으로 번복되는 것은 독일과 오랜 친선우호 관계를 맺어온 한국인들에게 커다란 상처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세계 곳곳에 세워진 소녀상이 반일 국수주의를 부추기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포용과 자유의 정신이 살아있는 베를린에 걸맞지 않은 철거 공문에도 이같은 일본의 논리가 스며 있었다"며 "그러나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한국인의 인식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서 보듯이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합의로써 포기될 수 없다'는 것으로, 철저하게 국제 인권법의 정신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하며 책임을 이행하는 독일의 정신을 소녀상 보호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과거사를 진정으로 사죄하고 그 책임을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이행하는 독일 정부와 국민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많은 한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책임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 길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사죄하지도 않는 과거를 청산할 길은 없다"면서 "회복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인권과 소녀상의 역사적 무게를 숙고하여 귀 당국의 철거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전쟁범죄를 청산하고 동서분열을 극복한 평화의 도시 베를린에 항구적인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며 독일이 일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