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13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전을 내걸고 공개 프리젠테이션 경쟁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다. 이 지사는 여야를 불문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달리지만,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으로부터 ‘미운 오리’로 여겨진다. 그런 이 지사는 문 대통령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하는 등 친문 끌어 안기에 공을 들였다. 김 지사는 노무현ㆍ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인 균형발전을 강조하며 자신이 친문 승계자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의엔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이 모두 참석, 이 중 6명이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과 비전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공정한 경제’를 화두로 제시하며 자신의 도정 운영 철학이 문재인 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전광판 앞에 선 이 지사는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각별히 감사 인사들 드린다”는 인사부터 했다. 5분여간의 발표 동안 "우리 문재인 정부" "우리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 등의 표현을 거듭 썼다.
이 지사의 간판 정책인 ‘공공배달앱’과 ‘지역화폐’ 정책을 소개하며 “경기도용 디지털 뉴딜은 우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의 추진 방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며 동질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격차를 줄여 포용적 디지털 경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문 대통령의 7월 국무회의 발언도 인용했다.
스스로를 ‘아웃사이더’ ‘비주류’라고 평가하는 이 지사는 민주당에 확실한 지지 기반이 없다. 이대로는 대권의 첫 관문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이 지사가 이날 문 대통령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건 이 때문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친문 지지층이 이 지사에게 비호감을 드러내는 건 정책이나 철학의 차이 때문이 아닌 감정적으로 벽이 쌓인 탓”이라며 “이 지사가 진심을 다해 친문 진영의 마음을 돌려세운다면 대선 경쟁에서 날개를 달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는 이날 공개 프리젠테이션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 지사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자, 다른 발표자들 때와 달리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 지사는 노무현ㆍ문재인 정권을 승계할 적ㆍ장자임을 분명히 하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김 지사는 6분여간 이어진 발표에서 ‘균형’이란 말을 11차례 언급하는 등 균형발전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았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지역균형 뉴딜이 추진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힘이 실릴 수 있도록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김 지사가 제시한 '권력별 메가시티 전략' 또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초광역권 지역균형 뉴딜’의 실행 로드맵에 가까웠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 축으로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하고자 한다”는 문 대통령의 비전을 구체화 하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다.
김 지사의 발표는 다음 달 6일 ‘정치 댓글 조작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김 지사가 친문 진영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 모두 당내 지지기반이 확실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김 지사와 함께 경남 창원의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현장방문을 하는 등 접촉면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이라며 “친문 진영에서는 김 지사의 정치적 부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