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인천국제공항 골프장 입찰

입력
2020.10.14 04:30
13면
운영권 따낸 신라레저 '영업요율 양면전략'
가중치 큰 하늘코스 116% 바다코스에 하한치 제시
하늘코스 요율 '100억 벌면 임대료 116억원 내는꼴'
인천공항공사 미비했던 입찰 조건 한몫
항공수요 분석 안일... 공사 수익 축소 '아쉬움'


인천국제공항 골프장 새 운영자로 선정된 업체가 ‘두 코스 중 한 코스에서, 버는 것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내겠다’고 입찰에 참여, 전체 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낙찰받은 업체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파트너를 새로 맞은 인천공항공사에 대해서는 ‘항공수요 회복 시기를 보다 치밀하게 분석, 보다 높은 조건을 내걸었다면 임대료 수익을 더 챙길 수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골프장은 국내 최대(72홀) 규모의 비회원제(퍼블릭) 골프장으로, 인천공항공사가 민간에 운영을 맡기고 있다. 지난달 29일 입찰에서 KMH신라레저(신라레저)가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13일 업계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신라레저는 골프장 2개 코스 중 1개 코스(신불지역의 하늘코스)의 영업요율을 116.19%로 써서 입찰서를 제출했다. 사업자는 임대차 기간 발생하는 매출액에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을 인천공항공사에 매년 납부한다. 이 요율을 적용할 경우 신라레저가 하늘코스에서 100억원을 벌면 116억1,900만원을 임대료로 내야 하는식이다.

어떻게 이런 ‘배팅’이 가능했을까. 비결은 하늘코스(약 95만㎡)와 함께 입찰에 붙은 바다코스(제5활주로 예정지)에 대해 신라레저가 제시한 ‘극도로 낮은 영업요율’에 있었다. 신라레저는 이 코스에 46.33%의 영업요율을 제시했는데, 이는 공항공사가 해당 코스를 입찰에 부치면서 수용 가능한 최저 영업요율이다. 신라레저가 116.19%를 써낸 하늘코스에 대해 공항공사는 최저 영업요율로 41.39%를 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하늘코스에서 난 손해를 바다코스에서 올린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제5활주로 예정지에 조성된 바다코스(임대기간 3년) 면적(약269만㎡)은 하늘코스(임대기간 10년)의 세 배에 달한다. 공사가 제시한 기준 임대료도 바다코스 연 256억원으로 하늘코스(65억원)보다 4배 비싸다. 바다코스가 임대기간은 짧지만 돈이 되는 코스라는 것이다.

신라레저의 이 전략이 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각 코스의 영업요율에 적용된 ‘가중치’에 있었다. 공사는 임대기간 하늘코스와 바다코스 영업요율 반영 비중을 각각 76.92%, 23.08%로 뒀다. 결국, 임대 기간은 길지만 규모는 작은 하늘코스에 공항공사가 영업요율 반영 비중을 더 크게 둠으로써 ‘손해를 감수하고도 써낸’ 신라레저 입찰서가 최종 선택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제5활주로 건설이 예정된 바다코스는 임대기간이 3년으로 짧은 데 따른 차등 적용”이라며 "전체 임대 기간과 그 기간 동안의 골프장 누적 매출액(3,257억원 추정)을 따져보면 신라레저가 다른 입찰 참여사보다 많은 약 2,620억원을 임대료로 내게 돼 사업자로 선택됐다”고 말했다. 2, 3위로 탈락한 업체들은 대부분 바다코스 영업요율을 신라레저와 같은 하한치를 썼지만, 가중치가 높았던 하늘코스 영엽요율을 각각 108%, 80%가량 쓴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향후 항공수요를 적극적으로 분석했더라면 더 높은 임대 수익을 챙겼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제5활주로가 언제 만들어질지 알 수 없는데, 임대기간을 짧게 잡음으로써 결국 낮은 영업요율 가중치를 뒀다”고 지적했다. 기본 3년으로 된 임대기간을 더 길게 잡아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로 항공수요가 급감하자 제4활주로 공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제5활주로 공사는 착공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글로벌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신라레저는 바다코스에 제5활주로 착공 공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수익도 커지게 됐다. 기본 임대 기간인 3년 뒤 상호 협의 하에 1년씩 임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때 계약조건(영업요율)도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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