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 프랑스오픈서 조코비치 꺾고 메이저 20승

입력
2020.10.12 06:06
페더러와 함께 메이저 통산 20회 우승 타이기록



결국 ‘흙신’이 웃었다. 클레이코트에서 강한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이 20번째 메이저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오픈에서만 통산 100승째를 기록한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은 나에게 모든 것을 의미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나달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800만유로) 마지막 날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3ㆍ세르비아)를 3-0(6-0 6-2 7-5)으로 꺾고 프랑스오픈 4연패를 달성했다. 이 대회에서만 통산 13번째 우승하며 160만 유로(약 21억7,000만원)의 상금을 가져간 그는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서는 단식에서 20차례 정상에 올랐다. 세계랭킹 4위 로저 페더러(39ㆍ스위스)가 보유한 이 부문 최다 기록과 동률이다.

이날 승리로 프랑스오픈에서 통산 100승(2패)을 채운 나달은 프랑스오픈 외에 US오픈에서 4번 우승했고 윔블던은 두 번, 호주오픈에서는 한 차례씩 왕좌에 등극했다. 페더러의 경우 윔블던 8회와 호주오픈 6회, US오픈 5회와 프랑스오픈 1회로 메이저 20승을 채웠다. 1981년생 페더러보다 5살이 어린 나달이 앞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할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나달이 페더러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이날 나달과 결승에서 패한 조코비치는 나달보다 1살 어리며 메이저 우승 횟수는 17회다.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 이날 경기는 뜻밖에 나달의 완승으로 끝났다. 나달이 1세트 조코비치의 첫 서브 게임에서 40-15로 끌려가다가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기선을 잡았고,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세 차례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넘기고 4-0을 만들었다. 이어진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첫 게임에 이어 또 40-15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허용, 일방적인 나달의 분위기로 넘어갔다. 결국 1세트는 나달이 6-0으로 가져갔다.

2세트 첫 게임에서는 15-40으로 끌려가던 조코비치가 브레이크 포인트 세 번의 위기를 넘기고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이날 처음으로 게임을 따냈다. 하지만 나달이 이후 연달아 5게임을 가져가며 조코비치의 회복세를 일찌감치 차단했다. 2세트까지 공격 성공 횟수는 21-25로 조코비치가 앞섰지만 실책에서 6-30으로 조코비치가 훨씬 많았다. 3세트에서는 조코비치가 게임스코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이날 처음으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3-3 균형을 맞춘 뒤 5-5까지 팽팽히 맞섰으나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더블 폴트로 내줘 게임스코어 5-6, 벼랑 끝에 내몰렸다.

조코비치의 마지막 서브는 처음에는 라인 안쪽에 들어온 것으로 판정됐지만 나달이 주심에게 확인을 요청한 끝에 폴트로 번복됐다. 승기를 잡은 나달은 이어진 자신의 마지막 서브 게임을 상대에게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는 ‘러브 게임’으로 장식하며 2시간 41분에 걸친 결승전을 끝냈다. 올해 US오픈 16강에서의 실격패가 유일한 패배였던 조코비치는 이번 시즌 37승 1패의 전적이 37승 2패가 되며 프랑스오픈에서만 통산 네 번째 준우승에 만족하게 됐다.

나달은 경기 후 “페더러와 함께 메이저대회 20승 고지에 오르는 것보다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며 “프랑스오픈은 내 테니스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 펼쳐졌던 대회고 나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계속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나아간다면 코로나19도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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