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메이저 정상 오른 김세영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입력
2020.10.12 05:48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서 우승…통산 11승째



‘빨간 바지의 승부사’ 김세영(27ㆍ미래에셋)이 마침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그는 우승 직후 ”솔직히 말하자면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ㆍ6,577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3타를 기록,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로 우승했다. 최종일 5언더파를 몰아친 2위 박인비(32ㆍKB금융그룹)를 5타 차로 제친 그는 우승 상금 64만 5,000달러(약 7억4,300만원)를 거머쥐었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뛴 김세영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김세영은 지난해 11월 무려 150만달러(약 17억6,000만원)의 우승상금이 걸린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는데, 이 대회는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다. 김세영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다”며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도 좋았지만, 메이저대히ㅗ 우승은 다른 기분”이라고 했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의 경쟁 상대는 챔피언 조의 브룩 헨더슨(23ㆍ캐나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3ㆍ스웨덴)가 아닌 앞 조에서 경기한 ‘메이저 7승’ 보유자 박인비였다. 세 타 차 4위로 출발한 박인비가 첫 홀(파4)부터 버디로 추격전에 불을 지폈고, 초반 9홀을 마칠 때까지 서로 ‘장군 멍군’으로 응수하며 나란히 보기 없이 3개의 버디를 잡아냈지만 뒷심을 발휘한 김세영이 결국 우승했다.

2014년 ANA 인스퍼레이션을 시작으로 이 대회 전까지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 준우승 2번을 비롯해 8차례 톱10에 들었으나 정상 등극의 고비를 넘지 못한 메이저대회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처럼 여겨졌다. 29번째 두드린 끝에 그 문이 마침내 열렸다. 우승 경쟁을 펼친 박인비도 김세영의 우승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김세영이 아직 메이저 우승이 없었다는 게 놀라웠다”며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를 했고, 메이저 우승 자격이 있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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