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대면 행사 연설에 나선다.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로 대규모 코로나19 확진자를 낸 지 2주만에 또다시 백악관으로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려는 것이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9일 미 CNN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토요일인 10일 백악관 사우스론에 지지자들을 초대해 ‘법과 질서’를 주제로 대면 행사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얼마나 참석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총 2,000명이 행사에 초대됐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확실한 음성 판정이 나오지 않은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백악관 건물 내 블루룸 발코니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방송은 설명했다.
이는 자가 격리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후 첫 대규모 행사로, 선거운동 재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지지자들 앞에 서서 자신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데다 코로나19에까지 발목을 잡히자 조급해진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리 중에도 여러 언론 인터뷰 스케줄을 강행하고 있고, 12일에는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완치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면 행사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 과정을 모두 마쳤다”며 “열흘간의 격리 기간이 끝나는 토요일부터는 공식 일정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제이 굽타 CNN 의학전문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갈라진 목소리와 기침 등으로 볼 때 여전히 증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테로이드 처방을 끊는 순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앞서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발언했는데 이 행사 직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 외에 톰 틸리스ㆍ마이크 리 상원의원,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 등 감염자가 속출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사람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모여있었다”며 “슈퍼전파자 행사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