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당초 연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 박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는 올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훈련을 완수하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하기로 합의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훈련이 불발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2단계 훈련을 완수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환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당국 소식통은 8일 "당초 한미는 올해 8월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2단계 훈련을 마친 뒤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2단계 훈련은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 능력을 확인하는 핵심 검증 작업들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 훈련 결과를 바탕으로 전작권 전환 일정을 세우도록 합의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2015년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등 조건이 충족되면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하면서 구체적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미는 3단계 훈련을 통해 전작권 전환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기본운용능력 검증(IOCㆍ1단계)를 실시했던 한미는 올해 8월 완전운용능력 검증(FOCㆍ2단계)을 거쳐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FMCㆍ3단계)'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코로나19 사태로 훈련에 참가할 미 본토 인원이 한국에 입국조차 못하면서 2단계 훈련(FOC)은 불발됐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임기 내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확정하려던 정부 계획도 미뤄진 것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FOC를 시행하고, X년도(전환 시기)를 정하면, 그때부터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서) 타임 베이스(시간에 기초한 전환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의장이 설명한 "X년도"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2022년을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확정하는 데 차질을 빚었으나 훈련 일정 조정을 통해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 의장은 전작권 전환 시기가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우리가 전작권을 전환하는 것이 요원해지거나 너무 지연될 경우 그런 부분(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수정ㆍ보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답했다.
군 당국은 13, 14일 이틀간 열리는 한미 군 당국 간 고위급 연례 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훈련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이다. 한미 양국은 13일 화상 회의로 열리는 제45차 한미 군사위원회(MCM)에서 내년 상반기에 FOC를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한 뒤 14일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개최되는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가 북한 열병식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직후 개최돼 북한 미사일 개발 동향에 대한 양국 간 평가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