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나온 손톱깎이… "이거 하나 때문에 대북지원 6주 지연"

입력
2020.10.08 16:02
이용선 의원 손톱깎이 든 채 "대북지원 발상 전환해야"
"손톱깎이도 대북제재 품목… 네거티브 제재 필요"

올해 국정감사장에도 어김없이 이색 소품이 등장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손톱깎이를 손에 쥐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질의를 했다. 통일부와 어떤 관련이 있기에 이 의원이 손톱깎이를 들고 나온 걸까.

그는 이날 "한국 비정부기구(NGO)도 아니고 미국 NGO가 북한 의료 지원을 하는데 손톱깎이가 (단속에) 걸려서 지원이 무려 6주 동안 지연됐다"며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2월 22일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일상 생활 용품은 물론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품목 등이 대북제재 목록에 포함돼 있다. 그 중 하나가 손톱깎이다.

결의안 2397호에서는 무역 거래에서 거래 상품의 종류를 숫자로 분류한 HS코드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금지 품목을 지정했다. HS코드는 6자리로 표시하는데, 결의안에서 대분류인 HS82번을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면 82로 시작하는 모든 하위 품목들이 금지품목이 되는 방식이다.

이 의원은 "대북제재 목록에 있는 HS코드 82번에는 손으로 사용하는 모든 공구가 포함돼 있다. 손톱깎이뿐만 아니라 호미, 스패너, 숟가락, 국자 등 일상 생활 용품을 망라하고 있다"며 "두 자릿수 HS코드가 대분류인데, 이런 포괄적인 두 자릿수 HS코드가 44개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미국, 유엔과 협의해서 아주 좋은 시기에 일시적으로는 북한을 지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생기면 전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인도 지원이 열려 있다고 하면서 현실은 닫혀 있다"고 문제제기 했다.

또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미국도 유엔도 대한민국도 열어야 한다"며 "대북 지원 체계에 대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주 세세한 포괄적인 규정 제재에서 군사ㆍ안보에 문제가 되는 것으로 한정하는 네거티브 제재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손톱깎이를 선보이며 "태영호 의원은 (손톱깎이에) 상당한 추억이 담겨 있을 거다"라며 태 의원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태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18년 12월 한 토론회에서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 이탈리아에서 백승주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손톱깎이를 선물받은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당시 "북한에 돌아가서 손톱깎이를 써보니 너무 좋았다. 대한민국 국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그때야 느꼈다"며 "그 손톱깎이가 인연이 돼서 내가 대한민국까지 왔다. 10여년 동안 쓰고 망명할 때도 들고 왔다"고 소개했다. 마침 태 의원도 외통위 소속으로 이날 국감장에서 손톱깎이를 들고 있던 이 의원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날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영상에서 태 의원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국감장에 이색 소품이 등장하는 것은 매년 반복된다. 지난해 송희경 전 의원은 총처럼 생긴 전파교란기(드론 헌터)를 들고 나왔고, 이용주 전 의원은 리얼돌을 선보여 논란의 대상이 됐다. 또 인공지능 로봇, 맷돌, EMP 충격기 등 각양각색의 소품도 있었다. 김진태 전 의원은 2018년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에 대해 문제제기하기 위해 비슷하게 생긴 뱅갈 고양이를 들고 나와 국감장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윤한슬 기자
이은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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