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제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전형적 탁상공론식 재정ㆍ경제정책만 고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앞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등을 두고도 이견을 보였다.
이 지사는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책을 대하는 기재부의 눈높이가 참 아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은 기재부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기본소득제도 도입 관련 입장' 질의에 "기본소득이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는 복지 원칙을 흔들 수 있고,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사는 "홍 부총리님을 비롯한 현재 행정부 경제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한계를 보여주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소득 전도사로 알려진 이 지사는 2017년 당내 대선 경선에서도 1호 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내걸었다.
그는 이어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세계 경제는 한국의 기본소득 실험과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며 "일자리 감소와 노동력 가치 상실, 그로 인한 소비 절벽과 경제막힘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전략이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재난 기본소득에서 증명됐듯 현재 복지체계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 혹은 재원 마련이 가능한 예산 범위 내 지급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는 "여야를 떠나 많은 정치인과 국민들이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기에 지금처럼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기재부가 먼저 나서 도입 논의조차 차단하고 있는 모습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거듭 쓴소리를 내놨다.
이 지사가 홍 부총리와 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홍 부총리가 이 지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전 국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철없는 얘기'라고 비판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게 동조하면서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충돌했다.
당시 이 지사는 "정부책임자인 홍 부총리께서 국정동반자인 경기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한 건 당황스럽다"면서 "존경하는 홍 부총리께서 철 없는 얘기라고 꾸짖으시니 철이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국민 1인당 10만원씩 3개월 시한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등 절충적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홍 부총리에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