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었던 2016년 박근혜 정부의 테러방지법 추진을 온 몸으로 막았다. 테러방지법은 결국 입법됐지만, 민주당 의원 38명이 192시간 27분 동안 국회 본회의장에서 밤을 새워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한 장면은 헌정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됐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인권 침해를 경고하는 것이야말로 야당의 존재 이유”라고 역설했다.
그런 민주당에서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법안이 발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규정하는 테러방지법 개정안이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얼마 전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개정안을 냈다. 고의로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거부는 행위를 테러로 명문화한 법안이다. 검사ㆍ치료 거부자는 테러리스트가 되는 셈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8일 “코로나19 사태에도 국내 일부 단체가 집회를 강행하고 검사와 치료를 거부하며 방역을 방해하고 있어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보수ㆍ극우단체 표적 법안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관계자는 또 “공공성을 우선시한 발의이기 때문에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는 쪽이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감염병 검사ㆍ치료 거부자는 ‘국가적 위험 인물’로 찍혀 국가정보원의 개인정보, 위치정보 추적 대상에 오른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조차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형사 처벌을 한다는 내용의 감염병 예방법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감염병예방법으로도 충분히 처벌과 제재가 가능한데, 테러’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법안이다. 국민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반대 성명서를 냈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의 전면 폐지를 검토해야 할 민주당이 테러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정부가 제한하는 조치를 견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차벽을 세워 개천절 집회를 원천 봉쇄한 것을 놓고 민주당은 "방어의벽"이라고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