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의 '자진월북' 논란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장이 입장을 번복해 도마에 올랐다. 자진월북에 무게를 실은 해경이 무리하게 이를 끼어 맞추려다 오히려 혼선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의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 국감에서는 A씨의 '자진월북' 가능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논란을 자초한 쪽은 해경이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오전 국감에서 "(A씨의) 이탈 시간을 확정할 수 없지만 (실종 당일) 오전 2시에서 3시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며 "조류 흐름을 타고 구명조끼와 부력물이 있을 경우 (등산곶까지 떠내려 가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경의 언급은 '인위적 노력' 없이 A씨가 NLL 북쪽으로 갈 수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야당은 해경이 밝힌 '오전 2, 3시'가 아니라, 조류의 흐름이 바뀌는 이후 시간에도 실족하면 북측 해역까지 떠밀려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자체 의뢰한 시간대별 표류 예측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해경이 추정한 21일 오전 2시는 추정 시간일 뿐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오전 3시, 4시에 실족해 바다로 떨어졌다고 가정한다면 A씨가 인위적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류에 따라 북쪽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위적 노력' 없이 조류 흐름만으로 북한까지 갈 수 있다는 야당 주장까지 제기되자 해경은 다시 말을 바꿨다. 오후 국감에서 김 청장은 "오전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답변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력재가 있으면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답변했는데, 인위적인 노력이 있는 경우로 정정하고 싶다"고 번복했다. 해경이 지난달 29일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밝힌대로 A씨의 자진월북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경은 이날 A씨 휴대전화가 인위적으로 꺼졌다는 사실을 자진월북의 새로운 '정황 증거'로 들었다가, 몇 시간 만에 "오해가 있었다"고 번복해 혼선을 빚었다. 앞서 김 청장은 "확정은 못 짓지만 실족해 물에 빠졌을 때와 휴대전화 전원이 일부러 꺼진 것은 차이가 난다"며 "인위적으로 눌린 부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 "휴대폰은 생활방수가 돼서 119나 지인에 전화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정황 증거는 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 몇 시간 뒤 김 청장은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휴대전화) 전원을 인위적으로 끌 경우와 배터리가 없어 꺼진 경우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당시 통신사로부터 공문을 받았다고 답변을 했는데, 확인했더니 공문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못 받았다"고 정정했다. 해경청장이 '자진 월북'의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되는 사안이자 현재 수사 중인 내용을 공문으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국감장에서 언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