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대표작가 최정화-이용백 표절 논란

입력
2020.10.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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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냄비 등을 쌓아 올린 작품으로 유명한 한국 대표 설치미술가 최정화(59) 작가의 최신작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공교롭게도 표절 의혹을 제기한 작가는 이용백(54) 작가다. 둘 다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나간 적 있는, 한국의 대표적 설치미술가다.

7일 이 작가에 따르면, 최 작가는 22일 강원도 홍천에서 개막하는 어린이 시각예술축제 ‘강원 키즈트리엔날레’에 수 천 송이의 조화를 탱크의 표면에다 붙인 ‘그린 커넥션’을 출품했다. ‘그린 커넥션’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한 뒤 버린 인공 조화를 모아 탱크 전면에다 꽂고 덮어 ‘살육하는 전쟁 기계가 아름다운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문제는 이 작품이 이 작가가 2012년 ‘DMZ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였던 ‘플라워 탱크’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이 작가도 당시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가지고 전쟁ㆍ폭력을 뜻하는 탱크에다 장식하는 ‘플라워탱크’를 선보였고, 군복의 얼룩덜룩 위장 무늬를 꽃문양으로 대체한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과 함께 이를 운행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그 이후 각종 국내외 전시에 영상물로 상영되기도 했다.

이 작가는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됐던 한국 미술계 유명작가다. 최 작가 또한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였고, 심지어 두 작가는 홍익대 미대 선후배 사이다. 서로의 작품 활동을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작가는 “플라워탱크는 제 대표작 중 하나이고, 조화로 탱크를 뒤덮은 컨셉부터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주제의식까지 비슷하다”라며 “작가 스스로 검증을 하지 않았고, 해당 전시를 준비하는 기획자도 이를 별도의 검증 없이 준비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과 전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축제 개막을 앞두고 행사를 주관하는 강원문화재단 측에 작품 제작 경위와 의도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이 작가는 “변호사를 통해 민형사상 소송 여건이 충분하다는 자문을 받았다”라며 “창작의 윤리성 측면에서 책임을 따지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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