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 원흉 '농피아', 여전히 잘 나간다

입력
2020.10.06 14:20


3년 전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농피아(농림축산식품부+마피아) 현상'이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피아'는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공무원이 부처 규제를 받는 민간 업체에 재취업해 유착하는 것을 뜻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전국의 친환경 민간인증기관 53곳 가운데 32곳에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88명이 임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을 제외한 87명은 퇴직 직전까지 친환경 인증을 비롯한 농산물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근무했다. 88명 중 5명은 현재 인증 기관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식재료를 놓고 '짬짜미 인증'이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2017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통돼 큰 물의를 빚었던 사건이다. 당시 여권은 "살충제 계란에 친환경 인증을 해준을 해준 민간업체가 대부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으로 농피아의 적폐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농가 31곳의 친환경인증을 해준 민간 기관에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 40명이 재취업했다는 사실이 알려저 파장이 일었다.

이후 농식품부는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해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제한하고 관리ㆍ감독을 강화하는 후속 조치를 마련했으나,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못해 실효성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권 의원은 "살충제 계란 파동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언제 그랬냐는 듯 '농피아' 현상이 3년 전보다 더욱 악화됐다"며 "큰 사건이 터졌을 때 반짝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농림축산 분야의 공무원 출신 유착 현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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